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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불쾌하게 만드는 기부 요청 글쓰기

3년 전에 아름다운 재단과 우연히 관계를 맺게 되어 온라인을 통한 기부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온라인 기부 사업을 분석하기 위해 여러 기부 단체의 웹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했고 때문에 요즘도 부정기적으로 기부 요청 이메일이 온다. 조금 전에 <굿네이버스>라는 단체에서 기부 요청 메일이 왔다.





이제 열살도 되지 않은 두 아이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며 기부를 요청하는 이메일이었다. 이메일을 클릭하니 기부를 할 수 있는 링크가 나왔다. 그런데 이 웹 페이지의 기부 링크는 두 개로 나눠 있었다. "정기적으로 돕기"와 "한번만 돕기"가 그것이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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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돕기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페이지가 나온다. 아마도 이 페이지는 은행 구좌를 통해 자동 이체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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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돕기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이 즉시 결제하여 기부할 수 있는 페이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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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네이버스>의 의도를 폄훼할 의도는 없다. 그러나 웹을 통해 기부 문화를 만들려면 그들이 현재 사용 중인 언어, 정확히 말하자면 웹 카피라이트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으로 돕기"와 "한번만 돕기"... 이 문장을 선택한 사람들의 머릿 속을 뒤집어 보고 싶다. 기술적으로 "정기적으로 돕기"는 해당 은행권의 구좌로부터 지정된 기간에 자동 이체 신청을 하는 것이고 "한번만 돕기"는 지금 당장 특정 금액을 이체하는 것이다. 기부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정기적인 기부를 할 것인지 이번만 기부를 할 것인지 선택하게 만드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기술적인 구분과 별개로 이 문장은 매우 비인간적이고 기부하는 사람을 갈등하게 만든다.

이 어린 남매가 이번 한 번의 기부로 즉 "한번만 돕기"로 자활할 수 있을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막연히 "정기적으로 돕기"를 클릭할 수 있을까? 기부를 하는 사람도 삶이 고달플 수 있으니 쉽게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기부를 하는 사람과 기부를 받아야 할 사람의 사이에 있는 <굿네이버스>는 무슨 생각으로 기부하는 사람을 고달프게 만드는 저런 카피라이트를 사용한 것일까? 내가 <굿네이버스>의 웹 서비스 담당자 혹은 카피라이트 담당자라면 저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 계속 관심 갖기
- 지금 당장 도와주기
- 응원 메시지 보내기

온라인 기부 문화는 한국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많은 사회단체들이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도 그런 노력을 하는 훌륭한 단체 중 하나다. 그러나 기부를 받는 사람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하여 카피라이트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기부를 받는 사람의 인격이 상처 받지 않도록 해야 하고 기부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짧은 문장이라도 깊이 생각해야 하고, 깊이 생각했더라도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난 3년 간 각종 온라인 기부 단체를 관찰하여 그들의 웹 사이트를 컨설팅하며 여전히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관계를 잘 이해 못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굿네이버스>뿐만 아니라 많은 온라인 기부 단체들이 자신들의 표현이 기부를 받는 사람과 기부를 하는 사람들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음을 잘 이해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