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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블로그의 불독 저널리즘

불독 저널리즘 (Bulldog Journalism)
: 한 번 목표로 한 것에 대해 집요하고
끊임없이 탐사하고 문제 제기를
그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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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countrybulls.com

불독이라는 개의 유례는 몇 가지 있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근대에 와서 황소(bull)와 싸움을 하는 투견(dog)으로 키워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대개의 견종이 안면부가 돌출된 것과 달리 불독은 평평한 안면이어서 상대를 물기 쉽고 또 습성상 한 번 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도 한다. 최근 각종 이슈와 뉴스의 전면부로 등장하고 있는 블로그(Blog)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인 블로거(Blogger)는 마치 불독을 연상시키는 집요함이 있다.


다음의 블로거뉴스를 통해 잘 알려진 최병성님은 환경 오염을 부추기는 산업 폐기물이 들어간 시멘트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블로거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1년 6개월 간의 "쓰레기 시멘트"라는 제목의 각종 취재를 해서 블로거뉴스에 전송해왔다. 다음 검색에서 "쓰레기 시멘트"로 검색하면 그가 작성한 블로그 기사와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논쟁 글을 찾을 수 있다. 최명성님은 2006년 12월 <발암 시멘트가 무죄라고?>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산업 폐기물이 들어간 시멘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고 2007년 10월까지 30여 개의 기사를 만들어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환경부는 지난 주 그 동안 쓰레기 시멘트 문제에 대해 문제없음으로 일관하던 자세를 철회하고 시멘트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환경부의 입장 변화에 대해 최병성님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라 자평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1년 6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끊임없는 노력과 블로그 기사 쓰기를 통해 이뤄낸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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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성님,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블로그의 '불독 저널리즘'은 각종 경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나 전문적인 식견으로 기사를 쓰는 전문 기자와 또 다른 속성이 있다. 시민단체의 경우 일종의 이익 집단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협상과 타협의 중요성이 크고, 전문 기자의 경우 편집자나 데스크의 영향 혹은 소속 미디어 집단의 이해 관계에 종속되기 쉽다. 반면 블로그라는 도구를 통해 싸우는 블로거의 경우 상대적으로 협상과 타협 혹은 어떤 집단의 이익 보다는 자신의 요구하는 바를 위해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 번 주제를 잡고 시작하면 그것이 몇 달이 되건 관계없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추적하는 불독과 같은 특징이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블로거가 취재를 위한 전문성이 결여되었거나 전문 지식과 연구 비용 등이 부족하여 과연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냐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특정한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경우 인터넷 자체를 제어하려는 시도 앞에 블로거의 저널리즘은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과 정당은 블로거의 정치적 활동 혹은 정치적 블로그 글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는 새로운 미디어의 하나로써 주목받고 있으며 불독과 같은 끈질긴 저널리즘의 표상이 되고 있다. 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의 약자다. 로그는 일상의 기록을 말한다. 일상의 기록을 적는 것처럼 한국의 현안 문제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블로그의 의미를 크게 한다. 최병성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멋진 기사를 쓰지 않아도,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완벽히 몰입하지 않아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일상의 기록을 멈추지 않는다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