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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블로그는 공부하기에 적절한 공간인가?

블로그를 통해 공부하고 있다는 분을 자주 봅니다. 과거 제가 유즈넷을 통해 공부를 진행한 것처럼 이런 저런 글을 읽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블로깅을 통해 공부를 하는 것과 유즈넷의 주제별로 구분된 뉴스그룹을 통해 공부를 하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블로그도 주제 별로 구분하여 RSS 리더로 구독한다면 비슷한 효과가 있겠지만 개인의 일상과 연계된 내용까지 읽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유즈넷의 경우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뉴스그룹 중심의 시스템이라 한 사람이 여러 곳에 주제에 맞게 글을 올리기 때문에 어떤 주제에 대해 공부하기에 좋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그랬다는 말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주제의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 철저히 그 주제에 대한 블로깅만 하는 경우입니다. 그것도 기초부터 개론과 총론을 거쳐 각론까지 세세하게 주제를 다루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런 의미에서 블로깅을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입니다. 추천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이슈 중심의 블로그 글쓰기 패턴 때문입니다. 큰 각오를 하고 블로그 글쓰기를 하지 않는 이상 매우 많은 블로그는 특정 주제에 대한 기초를 다루고 그것을 반복하여 고민하기 보다는 현상적인 어떤 일에 대해 글을 쓰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이구아수 블로그는 웹 서비스 컨설팅이라는 큰 주제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한 기초적인 이야기를 가끔 합니다만 주로 제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이슈를 다루곤 합니다. 비유하자면 한국사를 한 학기 동안 배우다보면 수업 중에 선생님이 가끔 수업 주제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블로그를 통해 공부를 하는 것은 그 관련 없는 이야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됩니다. 웹 기획에 대한 공부를 위해 블로그의 글을 읽다 '디워 논쟁'에 빠져 드는 경우를 경험해 본 사람이 있을 겁니다. 책이나 일상 학습에서는 공부하는 사람에게 그런 제안 - 정말 관련없는 어떤 일에 공부하는 사람이 몰입하도록 요구하는 짓 - 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공부를 하고 싶다면 블로그는 참조 도구로 사용하고 잘 정리된 책을 읽는 게 좋습니다. 공부를 함에 있어서 설령 왕이라도 그만의 특별한 길이 없다는 오래된 격언을 생각해 보세요. 좋은 책을 읽고 사람들과 토론하고 깊은 통찰력을 가진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여 새로운 공부의 과제를 찾는 것.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지식을 쌓는 것이 공부라는 건 모두 잘 알 것입니다. 블로그는 그런 과정에 도움이 되는 참조 도구일 뿐, 블로그 자체로 뭔가 비약적 발전을 꿈꾸거나 일상적 학습이 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공부의 방법은 '모르는 것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늘 고통스럽습니다. RSS 리더 열어 놓고 손가락 까닥이며 읽는 몇 백 줄의 글이 그걸 대신할 수 없습니다. 뭔가 쉽다는 느낌이 든다면 반드시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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