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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나의 회사 생존율은?

내가 이 회사를 몇 년 더 다닐 수 있을까? 나는 프로그래머로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웹 기획자라는 게 서른 다섯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일까? 지금이라도 공무원 공부할까?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 봤을 겁니다. 안 해 봤다면 선대가 물려 준 유산이 풍족하거나 세상이 인정하는 앨리트 코스를 거침없이 지나 왔거나 아무런 생각이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합니다.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100%일 것이고 학생이라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이렇게 공부해서 뭘 할 수 있지?'라든가 '취직이나 할 수 있을까?'라든가 '뭔가 대안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을 겁니다. 심지어 남들이 안정적이고 훌륭하다고 지칭하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도 '내일이면 서른인데 과장 달면 그 다음엔 뭐지?'라든가 '이런 연봉으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나?'라든가 '인맥이라도 열심히 쌓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고민은 "내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매우 현실적이며 직접적인 질문으로 집중됩니다. 특히 이직과 전직이 심하게 발생하는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매우 일상적입니다.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리고 채용을 위해 인터뷰했던 사람들의 회사 근속 기간은 대개 3개월~18개월이었습니다. 9개월이나 10개월이 거의 없는 이유는 일단 회사에 들어와서 3개월이 지나게 되면 6개월까지 무조건 견디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회사에 6개월 이상 있어야 퇴사 후 실업 급여를 받을 조건이 됩니다. 6개월 이상이 되면 회사 생활에 문제가 있어도 12개월까지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12개월 만근 조건인 경우 1개월 분의 퇴직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안 그런 사람이 훨씬 많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런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그 사람의 의지는 이미 몇 개월 전에 끝나 버렸지만 다른 이유에 의해 회사에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회사 생존율"은 생존 자체를 위한 행위의 수치가 됩니다. 거기에는 오직 내가 거둬들여야 할 돈을 위한 의지만 존재할 뿐입니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끔 합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위해 돈을 벌어 주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를 받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러분의 연봉이 3천만원이라고 칩시다. 그건 어떤 의미일까요? 혹시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여러분이 하는 일에 대한 대가로 회사가 주는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오판입니다. 어떤 사람은 3천만원을 받고 3억의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은 3천만원을 받고 1천만원의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은 3천만원을 받고 아무 일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회사로부터 받는 돈과 여러분의 본질적 가치를 동일시하면 안됩니다. 매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주 쉬운 이야기입니다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어렵기 보다는 세심한 생각이 필요합니다. 이건 여러분 자신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는 이야기니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능력과 연봉이 직접적으로 관련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과 연봉을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과거 연봉 5천만원을 받고 회사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 해에 나는 하나의 웹 사이트에 40만명 정도의 사용자를 아무런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없이 모집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그 정도의 사용자를 어떤 웹 사이트에 모집하려면 대략 4억원 정도의 비용을 써야 합니다. 사용자를 사오는 방법을 쓸 때 그렇습니다. 나는 그 때 내 연봉 이상의 일을 해 냈고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연봉 계약에 그런 부분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에 소용없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회사는 "돈을 버는 직원"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또 다른 시기 저는 그보다 적은 연봉에 어떤 회사에 다니며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주일에 나흘을 철야를 하며 육개월을 보냈고 충성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열심히 노력한 건 모르겠고... 어쨌든 당신은 성과가 별로 없어"라고 말하며 해고했습니다. 그 시절 나는 회사에 돈을 벌어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내가 받는 연봉 수준 이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해고 통지를 담담히 받아 들였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회사와 나에 대해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 세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십시오. 분명히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회사의 매출에 내가 기여한 바는 얼마인가?
: 1점부터 10점까지 매겨 보십시오. 회사 직원이 10명에 매출이 10억이고 내가 기여한 바를 수치로 표시할 때 1억이라면 여러분의 기여도는 10입니다. 만약 기여도가 1천만원이라면 1입니다. 기여도가 없다면 0입니다.
 
2. 내가 퇴사한다면 회사의 매출이 감소하는가?
: 1점부터 10점까지 매겨 보십시오. 1항에 대해 답하면 이번 문항에 대한 답도 함께 나옵니다. 회사 매출에 기여한 바가 없다면 당연히 0입니다.

3. 내가 회사를 망칠 확률은 얼마인가?
: 회사 사장의 비리를 알고 있습니까? 0점을 주십시오. 회사의 기밀 서류를 모두 갖고 있습니까? 0점입니다. 자신이 퇴사하면 회사의 핵심 인물들 100%가 함께 퇴사합니까? 그러면 10점을 주십시오. 아무도 퇴사하지 않는다면 0점입니다.

자신의 점수가 20점 이상이 된다면 여러분은 퇴사를 하고 스스로 회사를 만드는 게 낫습니다. 그러나 점수가 10점 이하라면 여러분은 회사에 돈을 벌어 주는 존재가 아니라 급여 받으며 조용히 인생을 영위하는 게 낫습니다. 회사의 모든 조직원이 혁신을 위한 주체일 필요는 없습니다.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어떤 조직이든 관계없이 회사의 매출이나 혁신과 관계없이 존재해야만 하는 인력이 있습니다. 그런 조직에 속해 있다면 이 글의 수치는 별 의미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여러분이 그런 직급 혹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수치로 자신을 평가해야 합니다. 회사에 기여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연봉이 의미하는 수준에서 "일"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회사 생존율은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 원초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십시오. 그래야 인간의 자존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삶이 아름다워지고 풍부해지며 행복해집니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하십시오. 누군가에게 노동을 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노동자'라면 분명한 현실을 기억하십시오. 노동의 생산성과 노동의 가치에 의해 여러분의 삶이 규정됩니다. 무의미한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면 이것을 분명히 기억하십시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