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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일상에서 깨달음

채널을 돌리다 드라마 황진이를 보는데 대략 내용을 파악해 보니 황진이가 춤을 가장 잘 추었으나 행수는 다른 이가 된다는 것이었다. 좀 뻔한 이야기지만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조선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자는 춤만 추어도 된다"

웹 서비스 기획을 가장 잘 하는 자라면 그것만으로 만족스럽기 이를 데 없다는 말로 바꿔도 될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웹 서비스 기획을 직업적 전문성으로 받아 들일 뿐 아니라 평생을 할 수 있는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TV 드라마의 상투적 표현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수 많은 직업 중 춤을 추며 사는 기생의 삶이 조선 시대라고 해서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웹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업도 결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특별함을 단순히 생계를 위해 받아 들이거나 인생을 위한 어떤 도구 중 하나로 바라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일을 하는 우리들 중 어떤 사람은 단지 이 일을 한다는 자체가 즐거울 지 모른다. 특별한 무엇을 이뤄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나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여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것에 관심이 없을 지 모른다. 혹은 그와 반대로 이 일을 통해 큰 돈을 벌거나 멋진 회사에 취업하거나 유명세를 떨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른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또 어떤 사람은 이 일을 하는 자체를 행복하게 생각하고 최고의 경지에 오르는 것에 인생의 의미를 담고 있을 지 모른다. 이런 삶도 저런 삶도 늘 의미 있다. 이런 삶이 저런 삶보다 못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의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면 그로 인해 자신의 색깔이 결정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색깔은 저녁 무렵의 안개와 함께 사라져 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색깔은 영원 불변하다. 영원 불변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만드는 웹 서비스가 많을 수록 우리는 더욱 아름답고 훌륭하며 존경할만한 웹 서비스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려는 노력, 그런 일을 하려는 노력은 비록 그 주체가 미약하고 천박한 상태라도 결코 비난할 수 없다. 아름다운 것은 코드도 비주얼도 수익 모델도 아닌 사람 그 자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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