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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대학가요제 30주년, 1994년 메아리 공연

어제 밤 늦게 들어 와서 TV를 켜니 대학 가요제를 하고 있었다. 별 생각없이 보다가 열두번 째 출전팀(뮤즈그레인)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좀 있다.

어제 대학가요제 마지막 부분에서 1977년부터 대학가요제 본선에 출전했던 곡들이 주욱 소개되었는데 문득 "1994년 서울대 메아리 '선언'"이라는 부분이 눈에 딱 들어왔다. 좀 이상했다. 선언이라는 민중가요는 저 시절에 나온 게 아닌 걸로 안다. 게다가 서울대의 민중가요 노래패인 메아리가 대학가요제 본선에 진출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어제 궁금함을 풀기 위해 서울대 노래패인 메아리 홈페이지를 찾아갔다. 검색을 해 보니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1994년 당시 메아리 회장이었던 곽한영씨는 메아리 게시판에 남긴 글을 통해 본선 진출이 아니라 대학 가요제에 게스트로 초대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이 공연의 배경과 과정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메아리의 또 다른 게시판에서 당시 공연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때 노래패에 몸 담았지만 실력은 형편없었던 내가 봐도 참으로 엉성한 공연이었다. 그러나 의미있는 공연이었고 1994년의 자유로운 상황을 반영한 혹은 공중파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나는 군대에서 그야말로 뺑이치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노래패 방에 있던 두껍고 오래된 메아리에서 발행한 노래책을 기억한다. 그 노래책이 닳고 닳도록 펼쳐 놓고 기타를 치며 많은 노래를 했다. 다른 여러 민중 가요 노래책에 없던 노래도 그 책에는 있었다. 아, 그 바이블과 같은 노래책을 어디서 다시 구할 수 있을까.

메아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오늘 새벽 쓰인 것으로 보이는 "대학가요제 30년 & 메아리 30년...시대유감"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 글은 똑같이 30주년을 맞이하는 MBC 대학가요제와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에 대한 짧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노래패 메아리 출신이며 현재 음악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그는 이번 대학가요제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대학가요제에 참여한 20대 청춘의 재기발랄함이 내게 작은 용기를 준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 가요제가 한국의 현재를 살고 있는 대학생의 정서를 모두 반영하지 못할 것이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보다 더 비과학적인 기준으로 대학가요제 1위를 선정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마치 청년학생들이 그러하듯 대학가요제도 그렇게 커 온 것이 아닐까.

1994년 민중가요를 부르는 노래패가 공중파에 등장했을 때 세상에 큰 놀라움을 줬듯 대학 가요제가 그런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있는 시도가 계속될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대학가요제를 비판하고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 아닐까. 3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와 책임감보단 '노래'가 주는 자유와 진실함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MBC 대학가요제는 그냥 "대학가요제"로 우리의 뇌리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대학생들의 신선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심사위원들이 어떤 노래를 뽑든 MBC가 뭐라고 의미 부여를 하든 어쨌든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대학가요제"라고 생각한다. 어설프지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청년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만남의 장소로써 기억한다.

노래는 세상 가장 깊은 곳에서 울리는 메아리다. 청년학생들이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노래의 울림은 더욱 커지고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다. 대학가요제는 그런 요구가 끝나지 않는 이상 개선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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