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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엔씨소프트의 10년차 게임 개발자

23일 토요일, '리니지2' 업데이트 작업 때문에 출근한 엔씨소프트 프로그래머 김민우(36ㆍ가명)씨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주말 출근의 압박감은 느낄 수 없었다.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잔뜩 사들고 들어오던 그는 작업실에 올라가기 전 회사 로비 소파에 앉아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일하느라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그에게 일은 놀이의 연장이었다.


김 씨는 올해로 10년째 게임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가정을 꾸리기 전에는 일이 없는 주말에도 '놀러' 회사를 찾았다고 한다. 주말 오전 시간에 출근한 뒤 보고하면 회사에서 대체휴가를 마련해주고 별도의 식대를 챙겨주지만 김씨를 비롯한 동료들 대부분은 회사에 굳이 보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277&aid=0003317094&viewType=pc



대체휴가도 마다하고, 별도 식대도 거부하며 주말 출근을 하는 가정도 있는 엔씨소프트에 근무하는 올해 10년차 게임 개발자 김모씨가 누군지 꼭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분은 찾아서 반드시 포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찾을 수 없겠지.



정색하고 말하자면 아마도 그런 개발자가 있을 것이다. 그런 개발자를 본 적 있고, 내가 그렇게 일한 적도 있다. 일이 좋아서 내가 휴일에 나와서 일하는데 회사에 대체 휴일이나 식대를 요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일이 놀이고, 놀이가 일인 때도 있었다. 그러나 판교 테크노밸리를 스케치하는 이 기사를 보고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기사가 얼마나 허무맹랑하며 비현실적인지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낄 정도이기 때문이다. 주말 근무에 대해 저런 식으로 아름답게 묘사하던 시절은 벌써 십수년 전에 다 지났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개발자라면 주말에 과자나 잔뜩 사들고 회사에 '놀러' 오는 '또라이' '아빠'가 대체 어디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평소에 밀린 잠을 자기 바쁘고, 피곤한 몸으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갈 시간도 없이 프로젝트 일정에 쫓겨 주말 출근을 하는 게 정상이고 일상이다. 설령 기사를 쓴 기자가 그 날 정말 그런 김모씨를 만났더라도 그걸 스케치랍시고 기사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정신나간 소설같은 이야기를 태연히 기사랍시고 쓰는 걸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나도 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