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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특이한 오픈 클럽 - 커피세도나 (Sedona)

고속터미널에서 집으로 오는 다리 쪽에 천사약국이라고 큰 약국이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작은 규모의 약국이 있었는데 문을 닫았죠. 안 그래도 경쟁에서 늘 밀리는 것 같더니 약국도 모여 있을 때 씨너지 효과가 나기도 하지만 이 경우처럼 밀려서 스스로 폐점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자리가 한참 비어있더니 몇 개월 전부터 공사 중 천막이 둘러져 있었습니다. 천막에는 새로 열릴 가게가 카페인 듯 하더니 며칠 전 길을 지나면서 보니 열려 있더군요.


구경이나 할까 싶어 들어갔는데 그냥 카페가 아닙니다. 오른쪽은 마트 상품 진열대처럼 되어 있고, 왼쪽은 계산대와 함께 커피를 만드는 곳과 샌드위치와 같은 간단 음식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처음에 들어가서 동선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좀 정신을 차리고 차근차근 둘러 봅니다. 왼쪽에는 저렇게 커피 원두가 전시되어 있고, 드립 커피를 내리는 기기와 뒷쪽에 에스프레소 머신도 보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방문했던 사진인데 가오픈인지 커피 가격표 같은 것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커피 원두도 가격이 없더군요. 언뜻 봤을 때 특이한 커피 원두는 아니었습니다. 테스트 삼아 한 번 사보려다 그 날 새로 커피를 사오는 길이라 그만뒀습니다. 


이 집에서 파는 커피는 두 가지 커피와 경쟁해야 합니다. 100m 이내에 맥도날드, 마노핀, 크리스피 도넛과 같은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서 저렴한 가격대의 커피와 경쟁해야 합니다. 또한 신세계 강남점이 코 앞이라 지하 푸드코트 입구에 위치한 '폴 바셋' 커피와 경쟁해야 합니다. 우리 가족은 몇 년 째 폴 바셋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는데 입맛의 기준이 그 커피가 되어 버리니 세도나의 커피도 그와 비교가 되겠지요. 게다가 바로 옆에 붙은 편의점 커피와 경쟁도 해야겠군요. 커피 코너 옆은 샌드위치와 같은 간편식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헷갈렸던 것은 오른쪽 편이었습니다.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각종 세계 맥주가 전시된 냉장고였습니다. 요즘은 국산 맥주나 마시고 있지만 한 때 세계 맥주에 꽂혀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냉장고 하단에 맥주 컵이 주루룩 전시되어 있습니다. 다시 오른쪽 전체를 둘러 봅니다. 



아... 이제 이해가 됩니다. 오른쪽 코너는 일종의 "셀프 식음료 코너"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입구로부터 첫번째 냉장고에는 무알콜 음료와 과일 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술 마실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여기서 선택하면 됩니다. 그 다음은 스낵이 있습니다. 안주 코너입니다. 함께 진열된 스낵을 담는 그릇에 담으면 됩니다. 그리고 맥주 냉장고에 와서 마실 맥주를 선택하고 컵에 따라 마실 사람은 컵을 갖고 와서 왼쪽편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마시면 됩니다. 


아직 2층이 공개되어 있지 않던데, 2층에 올라가서 마실 수도 있고 1층에 서서 마실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게 전체에서 잔잔하지만 흥겨운 클럽풍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조명만 제대로 된다면 구석에서 흔들흔들 맥주병 들고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았습니다. 꽤 흥미로운 형태의 가게라 한참 서서 구경했습니다. 손님들의 자유로운 동선을 보장하는 오픈 클럽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2층이 얼마나 자유롭고 편하게 쉴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번 주에 공개한다고 하니 오늘이나 내일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가게가 성공할 지 몇 가지 의문이 듭니다. 우려하는 첫번째 이유는 주류 가격입니다. 제가 즐겨 마시는 벡스 다크를 무려 8천원에 팔고 있더군요. 소매가 기준으로 3천원 내외인 맥주인데 꽤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가게는 오픈 클럽 형태로 운영되어 따로 서빙을 하지도 않고 심지어 기본 안주도 제공되지 않는 것 같은데 맥주 값도 이 지경이라면 편하게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맥주의 가격도 마찬가지로 비싸구요. 초반 프로모션을 위해서라도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입지인데요, 왜 저 위치에 저런 오픈클럽형 가게를 열었는지 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세도나(Sedona)의 위치는 아래 지도와 같습니다. 강남 성모 병원 영안실에서 고속터미널로 넘어가는 육교 쪽 편의점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이 장소에 저런 가게를 여는 의도는 다소 이해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바로 옆은 큰 약국입니다.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으로 약을 타기 위해 늘 사람이 붐비는 장소입니다. 물론 약국은 저녁에 문을 열지 않는다지만 참 입지적으로 묘한 장소에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대개 그야말로 지나치는 장소고, 이 지점을 통과해서 제가 사는 아파트로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걸 노렸다고 보기엔 글쎄요. 근처에 경쟁 가게가 너무 많습니다.



물론 제 취향과 맞는 가게라서 좀 비싼 맥주 가격을 제외하곤 마음에 들었지만 입지가 참 애매하지 않나 싶습니다. 가게 이름으로 검색을 해도 별 다른 정보가 나오지 않던데, 제가 이름을 잘못 안 건지 아니면 이 가게가 1호점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에 다시 가서 확인해 봐야겠네요.


가만 생각해 보니 오픈 클럽보다는 오픈 펍(pub)에 더 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