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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Story

목발, 휠체어 무료로 빌리기

지난 주 일요일, 출장을 갔던 가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날 저녁에 발가락을 문지방에 부딪쳤는데 조금 다친 줄 알았는데 너무 부어 올라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집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응급실에 도착해보니 외과 환자들이 경환자 대기실에 잔뜩 있었다. 야구하다 인대가 늘어져서 온 사람도 있고, 계단에서 굴렀다며 온 아주머니도 있고, 어린 아이가 젓가락으로 안구를 찔렀다며 안절부절 못하는 젊은 부부도 있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엑스레이를 찍고 계속 부풀어 오르는 발가락을 보며 왜 의사가 오지 않나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인데 그날 하필이면 외과 쪽 의사가 없어서 외부로 나갔던 의사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2 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 2분 가량 검진을 받았다. 뼈에 금이 간 줄 알았는데 똑 부러졌다고 한다. 엄지 발가락과 발등이 연결되는 부분이 두 군데 부러졌다며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석고 깁스는 아니고 부목과 같은 것이었는데 고정 시키기 위해 무릎 아래까지 처치를 받았다. 처치가 끝난 후 발에 무리가 가면 안된다며 목발을 짚고 다니라고 했다. 철재 목발을 받고 사용 방법을 교육 받은 후 집으로 돌아 왔다.

응급실 사용료와 재료비, 처치비, 약값 등 이것 저것을 합쳐서 의료보험 적용을 받아 10만원 가량을 지불했다. "목발이 굉장히 비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싸네?"라며 가족들은 그 정도니 다행이라고 다친 사람을 위로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오늘, 이메일을 열어 보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 온 정기뉴스레터가 있었다. 평소 보험공단에서 보내오는 뉴스레터는 잘 읽지 않는데 오늘따라 제목이 눈에 꽂혔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장구를 더 많이 무료로 빌려드립니다." 뭔가 싶어서 메일을 열어 봤다.


며칠 전 돈 주고 샀던 목발을 무료로 빌려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 봤다. <보장구대여사업>이라는 페이지에 휠체어, 보행기, 지팡이, 목발 등 치료를 위해 필요한 각종 보장구를 무료로 대여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보장구를 대여할 수 있고 본인이나 대여자가 신분증만 들고 가면 1~2개월 정도를 빌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안 그래도 지난 일요일 목발을 받아 오면서 생각보다 싼 가격인 것 같아 마음이 놓였지만 뼈가 다 붙고 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니 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혹시 대학병원에서 목발을 대여해 준 것은 아닐까 싶어 병원에 전화를 해 봤다. 물론 대여를 한다면 대여라고 이야기를 했을테니 그럴 가능성은 없었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대학병원에 전화를 하니 수납 기록을 검색한 후 구입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금액은 1만원 초반이었다.


만약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장구를 무료로 빌려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그 날 목발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발가락 뼈가 부러진 정도로 다소 가벼운 부상이라서 하루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구입한 목발이야 나중에 주변 사람 중 필요한 사람에게 주든가 어딘가에 기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병원 측에서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장구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고 설명해야 할 의무도 없으니 그들을 탓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내가 매월 내는 건강보험료와 그것의 혜택이 다양한데 단지 그 정보를 몰라서 비용을 추가로 지불했다는 점이 다소 안타깝다. 만약 여러분이 우리와 같은 경우에 처한다면 꼭 건강보험공단의 보장구 대여 프로그램을 이용하길 권한다.


해당 페이지의 하단을 보니 보장구 기부 사업도 하고 있다. 가족의 치료가 끝나면 그 목발은 이 곳에 기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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