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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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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집에는 블랙홀이 있다 암흑물질로 구성되어 주변의 모든 물질과 시간조차 빨아 들인다는 우주의 블랙홀(black hole)이 모든 가정에 하나씩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여러분 모두 "맞아!"라고 외치게 될 것이다. 블랙홀을 발견하다 어느 날부터 집안의 물건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 건 오래 전부터다. 그러나 별로 중요한 물건들이 아니었기에 그냥 잊어 먹고 있었다. 기껏해야 손톱깎이나 건전지, 귀이개, 자, 머리핀 같은 물건이었다. 가끔 돈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건 가족 중 누가 들고 간 것이라 생각하고 말았다. 없어지는 물건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주제의 물건이 아니고 정기적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또한 대부분의 물건은 언제 사라진지 알 수 없었고 나중..
지하철 에스칼레이터 움직이지 말자 어제 일이다. 평소 퇴근 길에 지하철을 갈아타는 동대문 운동장 역. 2호선으로 갈아타는 지하철 에스칼레이터에서 나는 오른쪽에 서 있었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오른쪽에 섰는데 어떤 이유 때문에 한 걸음 왼쪽으로 옮겨 서 있었다. 그러니까 나 때문에 항상 비어 있어야 하는 왼쪽 줄이 막힌 것이다. 나는 어떤 이유 때문에 에스칼레이터에 오르는 순간 평소 서 있던 것과 달리 왼쪽에 섰다. 10초가 지났을까? 뒤에서 누군가 쿡쿡 찔렀다. 무엇 때문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가만히 있었다. 조금 있다 바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가야 하거든요, 좀 비켜 주세요" 아마도 2~3초 쯤 나는 아무런 대꾸없이 왼쪽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곧장 오른쪽 자리, 그러니까, 에스칼레이터에서 대부분 그냥 그 자리에서 이동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