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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실격과 은메달을 따도 우는 한국 쇼트트랙






오늘 한국 쇼트 트랙은 소중한 은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무리한 경쟁심으로 패널티 실격이 이어진 날이었다. 저녁부터 벌어진 여자 1,500미터 준결승 3 경기에서 조해리가 실력한데 이어 남자 1,000미터 준결승전에서 이한빈이 넘어지면서 실격했고, 이후 여자 1,500미터 결승에서 김아랑 선수가 실격하고 방금 벌어진 남자 1,000미터 결승에서 신다운 선수가 몸싸움으로 실격 처리되었다. 

 

쇼트 트랙은 게임 성격상 필연적으로 몸싸움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실격 판정을 받지 않도록 요령껏 몸싸움을 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소치의 현지 날씨가 갑자기 상승하고 눈이나 얼음의 빙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올림픽이라는 것이 선수들에게 매우 큰 부담이 되고 변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모든 것을 고려해도 오늘 한국 쇼트 트랙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승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무리한 자리 싸움과 끼어들기를 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굳이 선수나 코치진에게 묻지 않아도 여자 1,500미터에서 은메달을 딴 심석희 선수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올해 17살로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심석희는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중국의 저우양과 끝까지 경쟁했다. 변수가 많은 올림픽에서 노련함이 월등한 저우양의 우승은 어쩌면 예상된 것이었다. 심석희는 강적을 만나 최선을 다했지만 경주 마지막에서 다소 체력이 부족한 모습이 보이며 스케이트날 반개 차이로 1위를 놓쳤다. 그러나 심석희의 스케이팅은 매우 훌륭했고 그녀의 경험과 나이를 생각한다면 1등과 다름없는 훌륭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 어린 소녀는 은메달이 확정된 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는 모습이었다.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기쁨에 환호하는 것과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올림픽 메달 리스트들의 표정을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보다 훨씬 기쁜 표정이었다는 조사도 있다. 그걸 고려하더라도 심석희의 표정은 너무 절망스러운 그런 것이었다.

 


 

무리한 경쟁심으로 인한 패널티 실격 처리와 은메달에도 울먹이는 선수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1위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국가 엘리트 체육의 한계일까? 아니면 안현수 사건으로 인해 급격히 나빠진 여론 때문일까? 아마도 그 둘이 복합적으로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안현수가 러시아 대표로 나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그런 요구가 없었더라도 '안현수에게는 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한국 쇼트 트랙의 영광을 되찾자'는 분위기도 점점 커졌을 것이다. 그 결과 한국 쇼트 트랙 선수들은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경기를 하게 되고 말았다.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긴 했으나 나머지 선수들이 저조한 기록으로 경기를 끝낸 스피드 스케이팅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고 경기 중 넘어진 것을 안타까워 하며 인터뷰 중 울음을 터뜨린 선수도 있었지만 그건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었지 연맹이나 코치진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절망감은 아니었다. 

 

지금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한국 쇼트 트랙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소치 올림픽은 지옥과 같을 것이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좋으니 하루 속히 경기가 끝나 쇼트 트랙 대표단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경기가 더 남아 있다. 부디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뭐라고 그래도 여러분은 한국을 대표하는 쇼트 트랙 대표 선수들이고 우리는 언제나 여러분의 편이다. 남은 경기에서 다치지 말고, 넘어지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제 실력 잘 발휘했으면 좋겠다.

 


p.s ;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안현수를 언급하며 체육계의 부조리로 인해 훌륭한 선수가 외국 국적으로 바꾸게 되었다며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자 경찰에서 곧장 여러 단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이런 소식을 소치에 있는 선수단이 듣지 못했을까? 대통령이 대표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아무리 여론이 들끓어도 선수들이 한참 경기 중인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은 '부조리'의 산물이라는 건가? 그런 발표 이후 오늘 쇼트 트렉 선수들의 연이은 실격을 보며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이야기를 한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이야기해도 충분할 걸 왜 지금 저러는 지 참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