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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uacu ONLY

휴일 도서관 나들이, 서초구립반포도서관

동네에 도서관이 있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걸어서 15 분 거리에 국립중앙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12일에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서초구 구립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초, 중등학교가 몇 개 있는 동네라서 주민들 대부분이 크게 반가워했습니다. 

특히 근처 주민들이 접근하기 매우 편리한 장소라서 저를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개관할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개관 당일은 매우 번잡할 것 같아 며칠 지난 후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1. 도서관 찾아가기

서초 구립 반포 도서관은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맨션앞 사거리"에 있습니다. 아래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은 9호선 사평역입니다. 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반포 리체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서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생긴 완공한 반포 리체 아파트 단지는 내부 경관이 좋고 봄이면 벚꽃이 많이 피어 걷기 좋습니다. 3호선에서 걸어서 올 수도 있지만 15분 가량 걸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2호선 교대역에서 올 경우 6번 출구로 나와 마을 버스를 타면 도서관 근처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가는 길에 있어서 학생들이 많이 찾을 것 같았는데 역시 첫날부터 도서관은 아이들로 한 가득이었습니다. 



2. 도서관 첫 모습 


반포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인데, 요즘 많은 관공서 건물이 그렇듯 다소 자유로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물입니다. 2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듯 좌우 건물 모두 하나의 층으로 열람실과 독서실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건물 외부 마감은 무광택 철재 타일로 되어 있습니다. 아직 겨울이 완전히 가지 않은 날이라 첫 인상은 차가운 느낌이었지만 여름이 되면 오히려 시원한 기분을 줄 것 같기도 합니다 .



건물 중앙부는 4층까지 통 유리로 되어 있는데, 안에서 보면 바깥 풍경이 시원하게 보입니다. 저 유리창 앞에도 독서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책을 읽다 고개를 돌리면 거리를 하염없이 구경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도서관 입구 오른쪽은 조그만 휴식 시설과 놀이터, 연못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음료수 자판기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아쉽더군요. 도서관 내부에도 자판기가 없어서 더욱 아쉽습니다. 바로 근처에 마켓이 있긴 하지만 방문객 편의를 위해 음료수 자판기 정도는 설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기가 있는 지 확인하지 못했어요. 있을 법한데.. 과연 있을까요?



3. 1층, 로비

제가 방문한 날이 금요일 오후였는데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도서관이 이렇게 인기있다고 생각 못했는데 의외였습니다. 물론 그 날 유명인의 강연이 있어서 그랬기도 했지만 로비를 비롯하여 각 층마다 사람이 가득이었습니다.

1층 데스크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회원카드를 만들 수 있는데요, 반포도서관을 방문하여 책을 읽거나 각종 시설을 이용하는데 회원가입과 회원카드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회원카드는 "책 대출"을 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회원 카드를 만들면 최대 3권을 14일 간 대출할 수 있습니다. 회원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1천 원을 내야하구요, 14세 이하의 아이의 회원 카드를 만들려면 보호자의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부를 보여 줘야 한답니다. 


로비에는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실내에 이런 정원을 꾸며 두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다른 방문객들은 꽤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원 근처에서 사진 찍는 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더라구요.


로비의 카페입니다. 커피를 비롯한 몇 가지 차를 판매하고 있고 굳이 차를 마시지 않더라도 들어가서 잠시 쉬어가는데 부담없는 공간입니다. 1층에서 시간을 너무 쓴 것 같아 카페는 도서관 한 바퀴 돌고 다시 방문해야겠습니다.


카페 맞은 편의 공간입니다. 미팅 장소로 쓸 수도 있구요, 잠시 앉아 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도서관 안에서 간단한 식음료를 먹을 수 있는 지 확인 못했지만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들이 저기서 간식 먹는 풍경을 자주 볼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반포도서관은 로비의 카페 외에 따로 식당이나 매점이 없더군요.



4. 2층, 어린이 자료실

중앙에 엘레베이터가 있지만 너무 느리고 층마다 서다보니 기다리다 속 터져서 그냥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계단 벽면은 바깥에서 보이던 바로 그 불투명 유리면이군요. 햇살이 밝은 날이라 은은하게 빛이 들어와 좋긴합니다만 그냥 투명 유리로 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개관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도서관이라는 걸 증명하듯 복도에서 페인트 냄새와 새 건물에서 나는 그런 냄새가 나더군요. 골치 아플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까 조금 걱정되었습니다.


2층은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린이를 위한 공간입니다. 강남역에 있는 아동청소년 도서관의 축소판 같았습니다. 서적 구성은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을만한 것이 많았습니다. 입구에는 책 검색용 컴퓨터와 책 소독 기계가 있습니다. 


각 층마다 책의 대출과 반납 기계가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책을 올려 놓고 동그라미처럼 보이는 부분에 카드를 갖다 대면 대출과 반납이 자동 처리됩니다. 기계 오른쪽 하얀 휴지통처럼 보이는 물건은 대출과 반납 사항을 조그만 종이에 출력해주는 출력기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방식은 "개가식"과 "폐가식"이 있다고 아주 어릴 때 배웠는데요, 반포도서관은 전형적인 개가식 도서관입니다. 열린 공간에 저렇게 책이 꽂혀 있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서 골라서 보면 됩니다.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동안 함께 온 부모님들도 어떤 책이 있는 지 함께 보는 모습이 발견됩니다. 아직 책이 많이 부족하지만 매일 매일 새로운 책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2층 어린이 자료실은 3층이나 4층 자료실과 달리 책을 읽는 테이블과 의자가 따로 없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입구에 소파가 놓여 있는데 여기서 편하게 앉아서 읽는 아이들도 있고 바닥에 엎드려 읽는 아이들도 있고, 대체로 자기 편한 방식으로 읽는 편이었습니다. 사서님들도 아이들에게 특별히 읽는 공간을 지정해주거나 하는 것 같지도 않았구요.


벽면 한 쪽에 있는 이 공간이 무엇일까 한참 보고 있었습니다. 신발장이더군요. 저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주로 가서 자기 물건을 열쇠가 있는 사물함에 넣는 게 익숙했는데 여기는 개방형 신발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냥 입구에 대충 신발 벗어 던지고 들어오더군요.


한 곁에 '어린이 소극장'이라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들어가 봤더니 그냥 너른 공간이었습니다. 처음 방문하고 며칠 후 다시 방문했을 때 떡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행사를 하는 공간인 것 같구요, 행사가 없을 때는 개방되어서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이 쪽은 조금 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책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서고의 높이도 아이들 키 높이에 맞게 낮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를 위한 수유실도 보입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지금은 사람이 별로 없네요. 주말에 가면 아주 시장통이 따로 없습니다. 물론 예전과 달리 요즘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은 교양이 있어서 소리지르고 뛰어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평일에 오면 좀 쾌적하게 아이와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어린이 자료실 입구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어린이청소년 도서관은 출입할 때 카드 키를 사용하지만 반포도서관은 자유롭게 출입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책의 임의 반출을 막기 위해 검색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화장실입니다. 왜 찍은 걸까요?


어린이 자료실은 근처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아들의 핫플레이스가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방문한 주민들의 기대도 큰 것 같고 도서관 측도 2층의 공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행사나 참여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도서관 2층을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5. 3층 종합 자료실

건물 2층 전체가 어린이 (특히 유아들)를 위한 공간이라면 3층과 4층은 중학생 이상을 위한 공간입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린이들이 가면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책 종류가 그렇게 있을 뿐입니다. 처음 반포도서관을 갔을 때 3층과 4층에서 어린이들을 잘 볼 수 없었는데 몇 번 더 가보니 점점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3층과 4층은 구조가 거의 동일합니다. 입구로 들어가면 추천 도서가 꽂힌 장식장이 있고 뒷편에 독서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공간은 반포 도서관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뭔가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테이블 위에 놓인 저 조명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저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보면 아주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테이블 옆에는 마치 서재같은 분위기를 내는 소파와 의자가 있습니다. 저는 반포 도서관에 가면 저기 앉아서 숨을 돌리며 옆에 꽂혀 있는 신문이나 잡지를 읽습니다. 참 신기한 일은 소파와 의자가 있는 저 공간은 상대적으로 연세가 많은 분들이 앉더군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저기에 자리가 비어 있어도 젊거나 어린 방문객들은 굳이 앉으려 하지 않더군요. 마치 의도하지 않은 경로석 같은 분위기? 그러나 저는 태연히 앉습니다.


반포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서고와 책을 읽는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책장에서 책을 골라서 몇 걸음 걸어 나와 테이블에서 읽을 수도 있지만 책장 바로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내 집 책장에서 책을 꺼내서 읽는 느낌이 듭니다. 



3 층에는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PC방 같이 생긴 이 곳은 최대 2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습니다. 4층은 이 공간에 테이블이 있어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시력이 약하거나 보이지 않는 분을 위해 확대기와 리더기도 있습니다.


책장이 많이 허전합니다. 매일 새로운 책을 구매하고 있다고 하는데 책장이 너무 넓기 때문이겠죠. 




저렇게 책장 옆의 모든 공간에 의자와 테이블이 있기 때문에 다른 도서관에서 흔히 발견되는 책장 사이 쭈그리고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대신 가끔 주무시는 분들은 있더군요.




6. 5층 세미나실과 하늘공원


5층은 세미나실이 있는데 이런 저런 행사를 하기도 하고 소정의 금액을 받고 빌려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도서관 행정실과 관장실도 5층에 있습니다. 잠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아마 저 곳은 도서관에 책 읽으러 온 방문객보다는 행사나 업무상 도서관을 방문한 분들을 위한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미나실은 잠겨 있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문 틈으로 보니 크기에 따라 10~20명 정도가 모임을 하거나 강의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세미나실을 빌리고 싶은 분은 반포 도서관 홈페이지의 연락처를 참조하세요.


여기가 건물 옥상의 '하늘 공원'입니다. 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좀 쑥스러운 정도로 작지만 책을 읽다 바람을 쐬거나 집에서 싸온 간단한 식음료를 드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저 공간에 자판기라도 하나 갖다 두면 좋을텐데... 무슨 이유인지 여기도 자판기는 없더군요.




7. 다시 로비로


5층까지 다 돌아보고 다시 로비 카페로 내려왔습니다. 마침 카페 메뉴판을 바꾸고 있더군요.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도서관 측과 가격 조정을 다시 해서 새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고 합니다. 메뉴의 가격을 상세히 말할 수 없지만 아메리카노 한 잔에 2천 5백 원입니다. 도서관 회원 카드가 있으면 10% 할인해 준다고 합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맛을 보았습니다. 반포 도서관 주변 100 m 이내에 제가 알고 있는 카페만 5 곳이 넘게 있습니다. 그런 곳보다 가격은 조금 저렴하지만 커피 맛은... 이 카페의 주요 고객은 아마도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아주머니들이나 조금 연세 있는 중년의 여성일텐데 이 정도 커피 맛으로 장사가 잘 될지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매점도 없는 도서관인데 간식거리로 적당한 메뉴도 없구요. 

도서관 앞에서 불량식품이라도 팔아볼까? 잠시 고민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궁금한 점... 왜 자판기도 없나요? 자판기 좀 갖다 놔 주세요! 어쨌든 동네에 도서관이 생겨서 매우 행복한 요즈음입니다. 이 글을 쓰는 날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행복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반포 도서관 관련 기타 질문

이런 질문이 있을 것 같아 정리해 봤어요.


1. Wi-Fi 되나요?

된답니다.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AP(sblib로 시작하는 AP)가 제공되기 때문에 그냥 접속하시면 된다고 합니다. 


2. 영업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아침 9시에 문 열고, 2층 어린이 자료실은 오후 6시에 문 닫습니다. 3층과 4층 자료실은 밤 10시에 문 닫구요. 아, 카페도 밤 10시까지 영업 한다고 합니다 .


3. 간단한 식사나 간식을 먹을 곳이 있나요?

내부 매점이나 자판기는 없습니다. 1층 카페에서 커피나 차,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도서관 바로 맞은 편에 큰 수퍼마켓이 있고, 건물에 음식점이 있습니다. 도서관 바로 옆에는 요즘 유행하는 닭강정을 파는 가게도 있고 그 건물 2층에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습니다. 근처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와서 도서관 옥상 (하늘 정원)이나 1층 쉼터에서 드셔도 됩니다.


4. 다른 지역 주민인데, 책을 빌릴 수 있나요?

주소지가 서울시로 되어 있는 신분증이 있으면 도서 대출을 위한 회원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고로, 다른 지역 분들은 책을 빌릴 수 없겠죠?


5. 주로 어떤 책들이 많나요?

최근 출간된 서적들이 대부분입니다. 아직 서적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재미삼아 읽을만한 소설류는 꽤 있습니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나 특별한 종류의 책은 전문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게 좋구요, 도서관에 찾은 책이 있는 지 미리 반포 도서관 사이트에서 검색하고 가는 게 좋습니다. 


6. 학생인데요, 거기서 공부해도 됩니까?

보통 다른 도서관에서 독서 공간에서 공부하는 걸 금하고 있는데 반포 도서관은 아직 그런 경고 문구가 붙은 건 못 봤습니다. 몇몇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도 발견되었구요. 만약 그런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면 다른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결국 "공부는 집에서, 도서관에서는 독서만"이라는 경고 문구가 붙게 되겠죠.


어쨌든 고속터미널 옆에 살아서 맨날 공기 나쁘다고 투덜거리기만 했는데 오랜만에 동네 기쁜 일이 생겨 참 기분 좋습니다.